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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08.07.28 3년전,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짧은 기억.
일기장2008. 7. 28. 06:15
아침에 미사토에게 메일을 보낸 뒤, 블로그 뉴스에서 포스팅된 글을 보았다.

청담동삼성동에서 본 걸인

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, 3년전 귀로 여행에서 들렸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저녁 길가 모습이 떠올랐다.

아마도, 두번째 날, 혹은 세번째 날이었을 것이다.

좀 이른 저녁을 먹고, 호텔로 돌아오던 저녁 7시쯤이었던걸로 기억한다.

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팽팽한 쓰레기 봉투들이 하나씩 식당들에서 나온 뒤,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비닐 봉투 주변에 앉아 있었다.

무심결에 지나치다 바라본 모습은 비닐을 손으로 뜯어서 그 안에 남은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려는 사람들이었다.

사실, 파라과이에 2년 넘게 있으면서,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, 왜 아르헨티나에서 보았던 그 모습은 너무도 충격적으로 다가왔을까?

돌이켜보면 내가 느꼈던 그 충격은, 오히려 화려하기 그지 없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호텔과 식당이 즐비한 번화가의 한 골목이었기에,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문화 상품중 한가지로 전락(!)해버린 '에비타, 에바 페론'의 일화 - 그녀는 길가에서 무상으로 빵을 막 나눠줬다고 한다. - 가 겹쳤기에 그랬을 것이다.

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느꼈던 점은,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거리에서 잠을 해결하고, 먹을 것을 찾는 노숙자 분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었다.

부의 재분배, 아니 부의 편중이 심해졌다,라는 곱상한 표현을 쓰지만, 다시 말하면 저녁 한끼조차, 잠잘 곳 조차 제대로 없고, 힘겹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.

......

부의 세습.

씁쓸한 칠레에서 경험했던, 최소한의 교육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하던, 아니 그런 교육 조차 존재하는지 모르고, 불과 관광지와 1km를 차이에 두고 존재했던 빈민촌, 그 빈민촌 사람들로부터 관광객을 지키기 위해서 배치되어있던 경찰들이 생각난다.

씁쓸한 느낌.

그리고, 한국 사회에서,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경험했던, 빈부 격차에 대해 느꼈던 예전의 그 느낌을 조금씩 겪기 시작하고 있다.

성장과 분배, 그리고 복지.

모두가 다 공평하게 나눠가질 수는 없지만, 그들에게도 다시금 시작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이 되고, 국가가 그것을 뒷받침 해줘야 하지 않을까?

기회의 평등.

예전보다 더 좁아지고 어려워진 것을 알지만, 그래도 난 아직까지는 믿는다, 믿고 싶다, 대한민국을.

-코나-
Posted by 코나